지난 글에서 말했지만, 난 그래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운영체제를 개발한다는 티맥스에 조금이나마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있었던 티맥스 발표회를 본 후에는 실망만이 남는다. 어제 그들이 한 것은 제품 발표회가 아니다. 어제 그들이 한 것은 한낫 쇼에 불과하다. 그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그런 의미없는 쇼를 할 생각을 하다니, 그들은 참 대단하다.

이건 얼마나 잘 개발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신뢰에 대한 문제이다. 운영체제 개발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것은 프로그래밍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처음부터 제대로 동작하는 운영체제를 개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Microsoft나 Apple에서도 새로운 운영체제가 나올 때마다 문제가 발생하고 수시로 버그 수정을 한다. 따라서 이건 창피한 일은 절대 아니다. 문제는 그걸 숨긴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잘 돌아가는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이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개발자나 개발 회사에서는 항상 이런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대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어제 발표회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운영체제를 숨기기 위해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차라리 그런 발표회를 하지 않거나 연기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겠지만, 이미 확정된 일정이라 그리 하지 못한다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정직하게 자신들의 문제점을 밝히는 게 그리도 어려웠을까? 투자자들이 떨어져나갈 것이 두려웠나? 어차피 대다수 국민들은 대충 그렇게 발표해도 속을 것이라 확신하고 그런 허무맹랑한 발표회를 준비한 건가?

이런 제품 발표회가 있었던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해외 토픽감이 아닐런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티맥스라는 회사에 대한 많은 비난을 있어왔지만, 이번 운영체제 개발에 대해서만은 그들이 지금까지 들어왔던 비난을 벗어나 제대로 된 개발 정책이 있기를 바랬다. 어제 발표회는 이런 바람이 쓸데없는 정력 낭비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고, 티맥스라는 회사는 그저 입만 살아남은 무책임한 회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티맥스라는 회사는 양치기 소년과 다를 바 없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입으로 개발하는 회사가 아니다. 어제 그들이 보여준 쇼는 지금까지 고생한 티맥스 개발자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며 그들의 노력을 거짓으로 만들어버린 몹쓸 짓이다. 그런 회사에 몸 담고 고생하는 개발자들이 불쌍하다. 이래저래 불쌍한 것은 개발자이다.

...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고, 결국 티맥스 윈도는 어떤 식으로든 관공서 등에 설치될 것이다. 쳇! 어제 발표회를 보니 티맥스에서는 다분히 그럴 의도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 정책결정자들이 이런 기업의 제품은 쓰지 말아야 기업들이 정신 차리게 될텐데, 이건 총체적인 난국이다.

  1. 어찌할가 2009/07/08 13:17 답글수정삭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기대를 아예 안하는게 좋다는...ㅠㅠ

    • mooo 2009/07/08 13:31 수정삭제

      많이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이전 이미지와는 다른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실망이 크네요.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그래도 책임이라는 것이 있는데 말이지요. 그들에게는 "책임"이라는 단어가 가치가 없는 단어인가 봅니다.

    • 어찌할가 2009/07/08 13:57 수정삭제

      염려마세요..책임은 곧 수익이니 ...ㅋㅋㅋ

    • mooo 2009/07/08 16:42 수정삭제

      정상적인 시장경제, 자본주의 사회라면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지만, 우리의 "비지니스 프랜들리"한 정부에서 어떤 행동을 할 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합니다.

  2. 감은빛 2009/07/08 13:23 답글수정삭제

    어제 트위터에서 계속 티맥스에 대한 얘기들이 흘러나오길래 그게 뭔가 했더니, 바로 이런 얘기였군요. 읽어보니 정말 말씀하신대로 총체적 난국이군요!

    • mooo 2009/07/08 13:36 수정삭제

      답답합니다. 저런 생각을 가지고 개발을 해서, 얼마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아무리 좋은 개발자들이 개발에 참여하고, 오랜 시간 동안 고생하면 뭐하겠습니까.

  3. 성현도사 2009/07/08 13:54 답글수정삭제

    그분들한테는 미안하지만, 기대도 안 했다는. -.-;
    정직이 통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 봅니다. ;;

    • mooo 2009/07/08 16:36 수정삭제

      사람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기업과 고객의 관계에서도 정직이라는 것은 큰 효과를 갖는 것인데, 왜 이를 쉽게 무시하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4. Rukxer 2009/07/08 13:57 답글수정삭제

    제대로 만들어져도 어차피 '호환'제품이죠. 어떻게든 100%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라는 건 만드는 사람도 잘 알 겁니다. 그런 걸 MS윈도우즈의 3분의 2 가격으로 사느니, 제 돈 주고 제대로 된 윈도우즈를 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ㅡ.ㅡ;;

    그런 판에 출시 4개월 남은 제품이 엉망 수준이니... 기대하는 게 어렵군요;

    • mooo 2009/07/08 16:37 수정삭제

      호환 제품이라도, 아니 제대로 동작하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준다면 기꺼이 기다려주고 박수 쳐줄 수 있는데, 지금 티맥스에서 하는 꼴은 사람들을 기만하는 행위 밖에 되지 않으니 화가 납니다.

  5. shakehaze 2009/07/08 16:03 답글수정삭제

    어쨌거나 오피서와 인터넷이 '작동'한다면 상용화 이후 정부에서 관공서에 도입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게 된다는 그 자체가 정말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입니다.
    동영상을 보면서 정말 충격이었네요. 정말 이대로 희대의 사기쇼가 될 것인지...
    티맥스 윈도우 홍보하면서 그래도 꽤 기대했었는데 말이에요.

    • mooo 2009/07/08 16:40 수정삭제

      저도 그 점이 심히 안타깝습니다.
      저렇게 얼렁뚱땅 사람들 속이며 발표하고, 대충 마무리하면 어떻게든 "비지니스 프랜들리"한 우리 정부에서 소비를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강만수 前 장관이 왜 그 자리에 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군요.
      실제로 그럴 가능성도 농후하구요.

  6. 궁시렁 2009/07/08 17:23 답글수정삭제

    돈 벌기 차-암 쉬워요. 납품하기도 차-암 쉬워요. -ㅅ-

  7. 티맥스 데이 2009 참석 후기 - 기대 이상

    Tracked from 랜덤여신의 폐인모드 2009/07/08 18:57

    티맥스 데이 2009에 다녀왔습니다. 티맥스 윈도를 처음 공개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왔습니다. 회장 안은 물론이고, 바깥에 설치된 스크린에까지 사람들이 앉거나 서서 보았습니다. 제가 일찍 도착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사람이 상당히 와 있어서 하마터면 의자에 못 앉을 뻔했습니다. 오랜 설명이 끝나고 티맥스 윈도를 시연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티맥스 오피스와 티맥스 스카우터를 보여주었지요. 여기에 대한 저의 감상은 한 마디로 '기대 이상'이라는...

  8. 티맥스 윈도우, 국산 OS의 첫 술

    Tracked from 벗님의 작은 다락방 2009/07/08 22:52

    K-DOS 이후로 국산 OS가 만들어내는 것은 엔지니어의 가장 큰 희망 중 하나였는지 모릅니다. 컴퓨터 잡지인 'HowPC'에서 봤던 내용일까요, 한글과컴퓨터의 한 분께서 'OS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소개되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응용 프로그램을 뛰어넘어 핵심 코어인 OS를 직접 만들어내고 싶다는 열망이 느껴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에도 OS가 나오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델파이의 최강자라고 불리는..

  9. 회색웃음 2009/07/09 01:05 답글수정삭제

    이 회사에서 오피스도 나오는데, 오픈소스에서 껍데기만 바꾼거라는 말이 나돌던데~
    뭐 암튼 시작이 중요한거니까.. 자꾸 자꾸 시도해서 뭐 하나라도 건졌으면 좋겠네요.

    • mooo 2009/07/09 09:22 수정삭제

      네, 그런 말이 들리더군요. 그렇다면 나중에 정식 배포할 때 소스도 함께 공개하고 적절한 대처를 하기를 기대합니다.
      시작이 무척 중요한데, 이번에 보여준 티맥스의 태도는 참 기대하는 것이 이제는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드네요. 그러고 싶지는 않지만요.

  10. 진사야 2009/07/09 21:21 답글수정삭제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개발자에 대한 존중을 모르는 대표의 무개념 자세에서 기대를 접었습니다.
    이제는 그 계열 인력도 아닌데 참 뼈아프네요. 쩝....

    • mooo 2009/07/10 09:48 수정삭제

      그러게 말이에요.
      사원들과 그 가족들의 복지는 그리 큰 일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가관이더군요.
      너무 삐딱하게 생각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국내 현실인 것 같습니다. 답답하더군요.

  11. shinlucky 2009/07/13 02:40 답글수정삭제

    으음, 제품 발표회가 아니라, [공개]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만...
    저도 7월 7일에 다녀왔습니다.
    좀 부족한게 만아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그나마 약간 막막했던 궁금증도 조금은 풀어졌습니다.
    11월 11일을 다시 기대해보기는 하나.... 역시 또 미뤄지겠죠 흐음.

    • mooo 2009/07/13 09:10 수정삭제

      음, 용어를 잘못 사용했나 보네요. 지적 고맙습니다! :-)
      shinlucky님 말씀처럼 그래도 궁금증은 풀어주었네요.
      앞으로의 기대보다는 실망이 더 컸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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