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내가 이 책을 다 읽게 되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중간에 다른 책들을 읽기도 했지만, 결국은 거의 3주 정도 걸려서 읽고야 말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라는 것을 참 오랜만에 느끼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쉽지 않은 책이다. 이건 지금까지 더하기나 빼기를 겨우 겨우 하던 아이가 적분과 미분을 가르쳐주는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난이도를 느끼게 했다. 더군다나 이 책의 번역은 원문을 그대로 한글로 옮겨놓은 것이라 생각될 정도였기 때문에 읽고 이해하는 것이 더욱 힘들었다.

분명 한글로 쓰여있지만, 어순이나 단어 선택, 표현 등을 영문의 방식과 흡사했다. 그래서 읽으면서도 문장을 서너번씩은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이 많았다. 이건 내가 이런 식으로 변역된 책을 읽는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번역되는 책은 전공서적이 대부분인데, 전공서적이야 이런 번역서를 읽느니 차라리 원서를 보는 것이 마음 편하기 때문에 이런 번역서에 익숙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에 대한 책이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진화론을 해석하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리처드 도킨스가 주장하는 "진화"에 대한 것은 책의 끄트머리에 잘 정리되어 있다.

자연 선택의 근본적인 단위로 생존에 성공 또는 실패하는 기본적인 것, 그리고 때때로 무작위적인 돌연변이를 수반하면서 동일한 사본의 게보를 형성하는 기본 단위를 자기 복제자라고 한다. DNA 분자는 자기 복제자이다. 자기 복제자는 일반적으로 뒤에서 기술하는 이유에 의해 거대한 공동체적 생존 기계, 즉 운반자 속에 집단화한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운반자는 우리 자신과 같은 개체의 몸이다. 그러나 몸은 자기 복제자가 아니다. 그것은 운반자인 것이다. 그 점은 지금까지 오해되어 왔기 때문에 특히 강조한다. 운반자 그 자신은 스스로를 복제하지 못한다. 운반자는 자기를 구성하는 자기 복제자들을 증식하도록 작용한다. 자기 복제자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또한 세계를 지각하지도 못하며 먹이를 잡거나 또는 포식자로부터 도망치지도 않는다. 자기 복제자는 그와 같은 모든 것을 하는 운반자를 만든다.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을유문화사, 2006년 11월, 428쪽.

위 글과 같이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과 이전의 논문들을 통해 진화의 기본 단위는 생명체나 그 생명체의 집단이 아니라 유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스로 사고나 행동을 하지 못하는 유전자가 어떻게 진화의 중심에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은 유전자의 DNA에 이러한 절차를 갖는 방식들이 프로그래밍되어 있고 이것에 의해 유전자를 갖는 생명체가 그에 맞는 사고와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 기본 철학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러 형태의 동물 행동과 사회 현상을 이야기하고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읽으면 읽을 수록 흥미진진해졌다.

평소 자연과학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이런 주장은 처음 들어보는 것이라 상당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이야기되는 동물사회학은 이전에는 이 책에 나와있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을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었고 생명체가 번식하고 진화하는 과정들은 도킨스가 주장하는 것에 너무 딱 들어맞았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이어지는 "확장된 표준형"이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은데, 이 책을 번역한 분이 번역을 했더라. 그래서 또 다시 나를 자학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짓을 하는 것은 심하다 싶어 이 책은 포기하고 다음에 개정 번역판이 나오거나 다른 분이 번역하면 읽어볼 생각이다.

분명 재미있고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번역이 되어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내가 아는 것이 적고 지적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것이 힘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책이 여러 추천 목록에 들어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 책을 읽는 것보다는 다른 책 두세권을 더 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며, 꼭 이 책을 읽어야겠다면 번역서를 읽는 것보다는 원서를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신고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헤세의 사랑  (6) 2009.11.26
당신의 기업을 시작하라  (0) 2009.11.19
이기적 유전자  (2) 2009.11.12
카인의 징표  (4) 2009.11.08
아키텍트 이야기  (0) 2009.11.02
사랑하지 않으면 떠나라!  (4) 2009.10.29
Trackback 2 Comment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