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수첩

내 경우 술 한잔 마시며 다른 사람들과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우리의 술문화는 이런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술자리가 아니라 사람이 술을 먹는지 술이 사람을 먹는지 알 수 없는 분위기로 이끌어 가기 때문에 보통 술자리를 싫어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도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술자리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의 자리가 아니라면 불편한 게 사실이다.

이렇게 보통의 술자리를 참 싫어하는 나지만, 그래도 가끔은 술을 마시고 싶을 때도 있고, 집에서 혹은 친구들과 맥주 한 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싶어한다. 얼마 전부터는 가끔 와인을 즐기고 있는데, 와인이 우리나라의 다른 과일주처럼 포도로 담근 술이라는 것 정도 밖에 알지 못했다. 그러다 와인에도 상당히 많은 종류가 있고, 와인의 재료가 되는 포도의 품종에 따라 맛도 달라지며, 생산지나 생산자에 따라서도 다른 맛을 풍기고, 이런 것들을 알아가며 마시는 것이 와인을 즐기는 하나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와인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와인에 대해 열심히 찾아볼 정도로 부지런하지 못한 나에게 이 책은 참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책 제목에도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와인에 대해 정리해놓은 수첩이다. 80 종류의 와인에 대해 생산자와 생산지, 원료가 된 포도 품종, 알콜 도수, 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그리고 소개하는 와인에 얽힌 간단한 에피소드나 와인을 즐기는 방법을 이야기해준다. 특히 여러 상황에 따라 잘 어울리는 와인들을 소개해주고 있기 때문에 나처럼 와인을 즐기고는 싶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는 아래 상황들에 어울리는 와인들을 소개하고 있다.

  • 비즈니스 접대 성공률 100% 와인
  • 혼자 즐기기 그만인 마트 와인
  • 회식 분위기 살려 주는 와인
  • 친구와의 우정 지수 높여 주는 와인
  • 그녀 또는 그와 단둘이 즐기는 와인
  • 가족 지지도 훌쩍 오르는 와인

이런 상황들에 어울리는 와인들을 10개에서 15개 정도 소개하고 있으니,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받아들고 든 생각은 과연 이 작은 책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이 책은 분량도 작고 책 크기도 작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은 책을 읽어가면서 틀린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책에 담긴 내용은 두께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수첩이나 핸드북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적은 분량의 책이지만, 수시로 들고 다니며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참고하기에 좋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나온 내용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며 더 많은 이야기를 보는 것 또한 큰 재미를 준다. 사실 책의 분량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책은 금방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책에 나온 내용을 다른 곳에서 찾아보고 그곳에서 나와있는 와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라, 항상 옆에 두고 어떤 와인을 마셔야할 지 고민될 때나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싶을 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와인은 대화의 술이기도 하다. 와인에 얽힌 이야기가 때로는 서먹한 사이를 가깝게 하기도, 가까운 사이를 더 멀게 하기도 한다. 요즘은 업무 때문에 직장에서 와인에 대한 지식을 요구할 때도 있고, 와인을 알면 친구나 연인과 즐길 때 더 돋보일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집에서 편히 한 잔 마시려고 해도 기본은 알아야 기분에 따라, 맛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와인 수첩, 이정윤 지음, 우듬지, 2009년 11월.

와인이라는 것도 하나의 음식이고 사람에 따라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듯 사람에 따라 좋아하는 와인도 다를 것이다. 내 입맛에는 어떤 와인이 어울리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결국 하나씩 먹어보는 방법 밖에 없을테고, 세상에 나온 와인들을 모두 맛을 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80개의 와인들이라도 마셔보고 즐길 수 있다고 해도 참 대단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와인을 소개해주는 책을 읽어보니, 와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기회가 된다면 와인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해주는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니 우리나라에도 많은 종류의 과일주나 우리 토속주가 있는데 이런 술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알려주는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특히나 요즘은 우리 고유의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났고 차츰 이런 우리 고유의 것들이 사라지고 있으니, 이렇게 우리의 술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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