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개청춘, 아직은 젊은 20대가 바라본 세상!

일단 모든 걸 다 제쳐두고 이 책은 재미있다! 글쓴이의 블로그 글들을 모아 정리하고 편집해서 이 책을 펴낸 것으로 보인다. 한때 기자를 꿈꿔왔던 글쓴이의 글솜씨와 재치가 배인 글들을 묶어놔서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보지는 않았지만 글쓴이의 블로그도 재미있어서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책의 구성도 짧은 글들을 묶어놓아서 언제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글쓴이의 생각이 깊고 많은 생각을 하는 것에 놀라게 된다. 나는 헛살았던 것일까. 왜 이렇게 기막히고 재미있고 기발한 생각을 하지 못한 걸까. 내심 글쓴이의 이런 능력에 부러워하며 책을 읽다가 아! 난 공돌이야! 하며 한탄한다.

많은 사람들이 블로깅을 하고 블로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렇게 재야에 숨은 고수들이 하나 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의 글을 읽는다는 건 재미없는 세상에서 읽을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아주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블로그와 책은 분명 다른 매체인데 블로그 글들을 책으로 엮어낸다는 것도 재미있어 보인다. 하나의 책으로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블로그 글들을 묶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책과 블로그는 그 분량 자체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책 내용을 하나의 주제로만 채우기 위해서는 블로그 글이 부족할 수도 있다. 이 책에 담긴 글들도 모두 20대의 세상에 대한 울부짖음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런 내용들로 시작했지만 뒤로 가면서 글쓴이 개인의 소소한 일상에 대한 글들도 함께 담고 있다.

블로그가 인기를 끌면서 이 책처럼 새로운 형태의 책이 나오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여러 다른 생각들이 있을 것이다. 블로그의 인기를 등에 업고 책을 팔아보고자 하는 상업적인 생각에 대한 반대와 책이란 모름지기 책다워야 한다는 생각, 그래도 이렇게 재미있는 글들을 하나로 묶어놓은 것을 좋게 보는 시각 등 많은 생각들이 있을 것이다. 책이라는 것이 어떤 정해진 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블로그 글을 묶어놓은 것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재미까지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다만 아쉬운 것은 상업적인 접근방법에 대한 것이다. 뭐 세상살이가 돈으로 좌지우지되는 이 세상에서 돈을 떠나 순수함만을 따지기는 어렵겠지만 결국 이 책도 이런 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건 좀 씁쓸하다.

재미와 별개로 책에 담긴 글쓴이의 생각들을 보면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한창 생각 많이 하고 사회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가야할 20대 초반에는 대학이라는 틀에 갇혀서 취업을 위해 몸부림을 친다. 일명 스펙을 높이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고 자신의 꿈이나 희망이라기보다는 단지 취업을 위해 해외연수나 다른 활동들을 한다. 이렇게 하고서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게 되느냐. 물론 그것도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 한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꿈과 희망을 버리고 오로지 취업, 그 하나만을 보고 달려간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대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오늘날 이십대들이 대의에 시들해진 건 선악 구조가 무너졌기 때문일 거다. 적이 모호해진 시대에 분노를 배우는 건 어렵다. 물론 나도 행복하지 않고, 그럴 때마다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를 이런 상황에 처하게 한 범인이 떠오르지 않는다. 무능하여 이 회사에 들오온 나 자신? 아니면 경쟁하지 않으면 도태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 전두환에게는 짱돌을 던지면 되지만, 신자유주의랑은 어떻게 싸워야 되지?

못 싸우지. 386선배들의 말투를 빌리면 "노동자 착취구조는 견고해졌지만 범인은 없다".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하면 그를 좀 과대평가하는 거다.) 어떡하지? 우리도 행복하고 싶은데.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내 영어 점수라도 높여놓는 수밖에. 이렇게 부단히 자신을 학대하는 것 말고는 떠오르는 묘수가 없다.

그래서 우린 욕먹는다. 정치의식 희박하고 이기적이라고. 열정은 없고 약았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꼭 그렇게 떼로 모여서 이를 악물고 투쟁해야 저항인가. 이십대까지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게 만든 고아우병 쇠고기 파동에서 나는 새롭게 작동하는 정치 구조를 본다.

<위풍당당 개청춘>, 유재인 지음, 이순, 2010년 2월, 168쪽.

20대가 이기적이고 정치의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많이 하는데 이건 그들의 탓이 아니다. 이 사회가 우리들이 그들이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만든 것이 아닌가. 그들이 그러길 원한 것도 아닌데 그들을 탓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물론 그들에게 그런 걸 바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강요하는 건 잘못이다. 그럼에도 가끔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다소 철없어 보이는 생각을 들으면 아쉽기는 하다. 지금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데. 그들도 나중에 더 나이를 먹고 되돌아보면 그때는 어렸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간부 체질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간부란 내가 모시는 상사고, 내 회사생활의 행복지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조직에 잘 적응했다고 선택된 이들이다. 그들의 특징은 곧 조직이 원하는 가치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직은 K팀장님 같은 사람은 도태시키고 이상한 사람들이 승승장구하도록 만든다. … 그런 사람들이 승진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십 년 후쯤 조직은 사나운 사람으로만 구성되어 있을 것이며, 십만 년 후쯤엔 인류 전체가 아주 독한 종으로 진화해 있을지도 모른다. 좀 오번가. 내 보기엔 오버가 아닌 거 같다. 실제로 승진의 원리는 진화의 원리와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이다.

<위풍당당 개청춘>, 유재인 지음, 이순, 2010년 2월, 80쪽.

나름 심각한 내용인데 위 내용을 읽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실제로 회사의 간부들 중에는 일을 잘 하는 사람보다는 아첨 잘 하고 자신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새삼스럽지는 않은데 이걸 인간의 진화에까지 붙인다는 건 너무 과장되었다고 본다. 실제 역사에서 간신들은 승승장구했다. 충신들은 충언을 서슴치 않아 온갖 고초를 당하지만 간신들은 듣기 좋은 말만 하기 때문에 자신의 자리를 온전히 지키고 자손만대 떵떵거리고 살아갈 밑천을 마련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우리들이 그렇게 진화했나? 진화라는 말을 꺼내기에는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인간들에게 권력과 계급이라는 것이 생기고 난 이후에 이런 간신들은 항상 득세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은 공평하다. 이런 간사한 사람들도 있지만 충직한 사람들도 많다.

하느님, 저에게 허락하소서.
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정심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늘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제5도살장>, 75쪽.

<위풍당당 개청춘>, 유재인 지음, 이순, 2010년 2월, 213쪽.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혜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정심, 이것들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이다. 이 내용을 읽고 이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이 답답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건 지혜야.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필요한 건 다른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이다. 나 혼자 잘 나봐야 그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지혜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편안하게 잘 읽었다. 재미도 있었고 이런 저런 생각들도 많이 했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책도 세상에 있어야 한다. 다만 책의 홍보전략인지 모르겠지만 "사회생활 초년병의 말단노동 잔혹사"라는 타이틀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른 좋은 문구들도 있었을텐데 꼭 이렇게 자극적인 타이틀을 붙였어야 했을까? 차라리 이 책의 제목인 "위풍당당 개청춘"이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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