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사랑

오직 앞만 보며 달리고 있는 지금, 가끔은 뒤도 돌아보고 위도 올려다 보자고 다짐하지만 그게 그리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던 와중 헤르만 헤세의 글을 담아놓은 "헤세의 사랑"이라는 책에 대한 캠페인을 위드블로그에서 보게 되었고, 아무리 바쁘게 살아가고 힘들게 살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고자 캠페인에 신청하고 운 좋게 선정되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두 번 읽고 난 지금은 이 책을 읽으려고 마음 먹은 것이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가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지금 내 상황에서 이 책을 읽은 것이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되었다.

헤르만 헤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1877년 독일에서 태어나 선교사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신학교에 들어갔지만, 신학교가 맞지 않아 도중에 자퇴하고 자살 시도까지 한 후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이후 작가의 길을 걸었고, 많은 소설과 단편집, 산문집, 시, 비평 등을 발표하며 인기를 얻었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전쟁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쓰기도 했으며, 1946년에는 소설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는 1962년 뇌출혈로 영면에 들었다.

이 책은 헤르만 헤세가 쓴 많은 책과 글에서 사랑과 행복, 음악에 대한 좋은 글귀나 시 등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엮어놓은 것이다. 이 책은 무엇인가를 이해하려고 읽는다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본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틈틈히 각 글귀들을 하나의 시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비평이 아니고 하나의 시집이다. 하지만,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어가며 읽다 보면 내려야 할 지하철 정거장을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다가 두 번이나 되돌아온 적이 정도이니,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크게 사랑과 행복, 음악, 이렇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행복에 대한 글귀들이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랑은 행복과 다르지 않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마르틴의 일기 중에서, 1918년
헤세의 사랑,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이재원 옮김, 그책, 2009년 5월, 87쪽.

그래, 맞는 말이다. 우리는 행복을 갈구한다. 정작 무엇이 행복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행복을 찾아 헤매고 있다. 결국 행복은 사랑하는 것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는 알지 못하고, 혹은 알고 있더라도 너무 쉽게 잊는다.

행복이나 불행은 밖에서 오는 게 아니다. 행복이나 불행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는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는 우리 마음 자세에 달려 있다.

"모리스 메테를링크" 감사의 글, 1900년 6월.
헤세의 사랑,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이재원 옮김, 그책, 2009년 5월, 91쪽.

인간이 자신의 욕망에 거리를 두게 되는 것은 시간을 통해서뿐이다. 그런 점에서 시간은 멋진 발명품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지대 또는 버팀목 구실을 하는 시간은, 우리가 자유로워지려면 가장 먼저 버려야 하는 것이었다.

클라인과 바그너, 1919년.
헤세의 사랑,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이재원 옮김, 그책, 2009년 5월, 95쪽.

참 이율배반적이다. 우리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행복을 위해, 성공을 위해, 시간에 쫓기며 산다. 하지만, 헤르만 헤세는 우리가 자유로워지려면 가장 먼저 시간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우리는 시간을 버릴 수 있을까?

성공은 언제나 가장 가치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행운의 변덕 덕택으로 성공을 얻게 된 사람은 그 성공에서 자만심이 아니라 책임감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헤르만 헤세 상" 제정과 관련하여 어느 장관에게 보낸 편지, 1955년.
헤세의 사랑,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이재원 옮김, 그책, 2009년 5월, 98쪽.

그리 많은 내용은 아니지만, 헤르만 헤세의 생각과 철학을 들여다보기에는 그리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왜 많은 사람들이 헤르만 헤세의 글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듯 싶다.

아직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내용이 마음 깊이 와닿지는 않는다. 내 마음이 삭막해져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이런 내용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내 문학 소양이 부족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긁적여놓은 메모들을 보니 처음 읽을 때와 그 다음에 읽을 때의 생각들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 재미있다. 아마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어보면 분명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 때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 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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