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해당되는 글 4

  1. 2011.03.09 사다리 걷어차기,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선진국들의 속셈
  2. 2010.01.08 삼성 공화국 (6)
  3. 2009.12.01 시장경제의 법칙 (2)
  4. 2009.08.18 어린왕자의 귀환 (3)

사다리 걷어차기,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선진국들의 속셈

지난 주말 이 책을 처음 집어들 때만 해도 가볍게 읽을 생각이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로움 속에서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집어든 것이 이 책이었는데 이 책은 결코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었다.

이 책의 저자 장하준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으로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선진국들이 후진국들에게 여러 경제 정책을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가를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이런 모순들을 지적하기 위해 지난 몇 세기 동안 선진국들이 발전하는 과정과 그들이 사용했던 경제 정책들을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과연 선진국들은 과거 자신들이 경제 발전을 이룩하던 시기에 자신들이 지금 후진국들에게 강요하고 올바른 정책과 제도라고 주장하는 것들을 통해 발전할 수 있었을까? 과거 수 세기 동안 선진국들은 어떤 정책과 제도를 통해 지금과 같은 경제 발전을 이룩했을까? 그리고, 그들은 왜 후진국들에게 자신들이 주장하는 몇몇 경제 정책과 제도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일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이 물음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면 지금 선진국들이 주장하는 것들이 정말 후진국들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처음 이 책을 들 때만 해도 책 제목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사다리를 걷어차다니? 이건 무슨 뜻일까?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이 책의 제목으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다리를 타고 정상에 오른 사람이 그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은 다른 이들이 그 뒤를 이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수단을 빼앗아 버리는 행위로, 매우 잘 알려진 교활한 방법이다.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부키, 2004년 5월, 24쪽.

저자는 책의 서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제부터 이 책에서 다뤄지는 것들은 분명히 많은 사람들을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연구 과정에서 이 책을 쓴 본인 자신의 고정관념도 허다하게 깨졌다.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 왔거나 굳게 믿어 왔던 무수한 통념들에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 몇몇 결론들은 독자들에게 도덕적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본인이 이 책을 통해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도덕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자는 역사적 관점을 간과하거나 도덕주의적 논쟁에 휘말려 오랫동안 의문시되지 않았던 문제들이 가지고 있는 복잡성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인식할 수 있게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부키, 2004년 5월, 35쪽.

상당히 거창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도덕적 불쾌감'이라니! 이 책의 내용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읽고 나면 상당히 불쾌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단편적으로나마 약간씩 알고 있던 사실들도 있었지만 아주 적나라하게 역사적 증거들을 들이대며 사실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선진국들의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행태들이 괘씸하기까지 했다. 아! 난 아직 멀었어. 마음의 수양이 필요해.

이 책 중에 미국의 경제 발전에 대한 내용을 보다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링컨에 대한 내용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링컨은 노예해방의 아버지이다. 지금까지 난 순진하게 링컨이 정말 노예를 어여삐 여겨 노예 해방 선언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링컨은 노예 제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하였지만 그렇다고 노예 제도의 폐지를 강력히 지지하는 입장도 아니었다. 그는 흑인들을 열등한 인종으로 보았고, 흑인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에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이런 정황들을 감안할 때 남부는 링컨의 노예 제도에 관한 입장보다는 그의 관세에 관한 입장에 대해 더 많은 염려를 했을 것이다. 실제로 링컨은 연방제의 존립을 위해서라면 남부의 노예 제도를 인정할 의사가 있음을 남북전쟁 기간 동안 명백하게 밝혔었다. 그러니까 1862년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은 그의 도덕적 신념보다는 남북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부키, 2004년 5월, 62쪽.

하하! 그렇다고 해서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도 정치가이며 현실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고 했던가. 후진국일 때는 선진국이 되고자 별 짓을 다 하지만 선진국이 되고 나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걸 막기 위해 '사다리를 걷어차버리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선진국들이다. 분명 그들 또한 후진국이었을 때가 있었고 어떻게 하면 후진국이 선진국이 될 수 있는지는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자신들이 '따라잡기 기간'에 있는 동안 현 선진국들은 유치산업을 보호하고, 외국의 숙련된 노동 인력을 빼돌렸으며, 선진국들이 수출을 금지한 기계를 밀수입하였고, 산업스파이를 고용하는가 하면, 다른 국가들의 특허권 및 상표를 계획적으로 도용하였다. 그러나 일단 자신들이 선진국의 대열에 오르면 자유 무역을 주장하고, 숙련된 노동 인력 및 기술의 유출을 금지하기 시작하였으며, 특허권 및 상표를 강력히 보호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해서 한때 도둑질을 일삼던 이들이 하나씩 차례로 파수꾼이 된 것이다.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부키, 2004년 5월, 124쪽.

가볍게 읽고자 읽기 시작한 책이 점차 무겁게 다가왔고, 책에서 이야기하는 사실들을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에 빗대어 보니 씁쓸하기만 했다. 세상에 정말 선한 나라는 없는 걸까. 다른 나라를 위한 것이라고 떠벌리지만 결국 그건 자신들을 위한 것이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하는 나라들. 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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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공화국

그다지 듣고 싶지 않아도 요즘 주위 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가끔씩 튀어나오는 것이 "삼성 공화국"이라는 말이다. 참 대단도 하지. 하나의 기업이 "공화국"이라고 불리다니 말이야. 이제 우리나라에서 삼성을 건드릴만한 조직은 없는 것 같다. 아마 당분간은 이런 상태가 지속되겠지.

삼성이 우리나라에 가져다준 이익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하나의 기업이 이렇게 권력을 갖게 된다는 것은 좋은 현상은 결코 아닐 것이다. 커져도 너무 커져버렸다. 다국적기업들에 대항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사실 삼성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다국적기업은 아니지 않는가. 이렇게 커진 조직은 권력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삼성에 의해 움직이는 돈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삼성의 입김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북한이 족벌체제를 강화한다고 하면 숱한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삼성의 족벌경영에 대해서는 그리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삼성의 족벌경영을 비판하는 소리들을 묻어버린다. 재미있는 일이지. 그래도 아직까지는 현대家의 사람들처럼 정치 일선에는 나오지 않아 다행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왈가왈부해봐야 어디 흠집이나 나겠느냐만 대우가 무너지면서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 공화국이 앞으로 절대 무너지지만 않는다면야 그들이 가져다주는 이익을 보며 위안을 삼겠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내 오지랖이 너무 넓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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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의 법칙

이 책은 제목에 나와있는 것처럼 시장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다른 시장경제, 자본주의에 대한 책과는 달리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허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비판하기 보다는 시장경제와 가격시스템을 예찬하고 자유 시장 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논리는 조금 뜻밖이었다. 이 책의 저자 이몬 버틀러는 이 책에서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주장했던 원론적인 시장경제에 대한 내용을 예찬에 가까울 정도로 말하고 있다. 즉, 시장은 국가나 어떤 조직, 개인에 의해 통제되어서는 안 되며, 가격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이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쓴 1770년대에는 이상적으로 보였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경제 환경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나오는 말들이 모두 틀렸다거나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내용을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하나씩 짚어 가기 때문에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 이몬 버틀러가 영국의 아담 스미스 연구소의 소장이니 이건 당연할 것이다.

책의 내용을 조금 살펴 보자면 …

시장은 사람과 같다. 결코 완벽하지 않다. 만약 당신이 경제학 서적을 갖고 있다면 책 내용 중의 '완전경쟁' 부분은 찢어버려도 좋다. 이 부분은 아주 많은 개별 판매자가 아주 많은 개별 구매자에게 동일한 제품을 팔면서 모든 거래 가격을 알고 있다는 완벽한 균형을 전제로 서술하고 있다. 단지 이론에 불과한 추상적 개념을 넘어 완전히 얼간이 같은 이야기이다. 실제로 시장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시장의 불완전과 불균형이다.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시아, 2009년 8월, 19쪽.

이몬 버틀러가 말한 것처럼 시장은 불완전하다. 불완전한 시장이 이상적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에 대한 관점은 다르지만, 어쨌든 시장은 불완전하고 불균형하다. 완전경쟁이라는 것은 사실상 이상에 가까운 말이고,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이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지시를 내리고 조정하는 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라는 시스템이 실제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은 다른 목적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평화롭게 협력할 수 있도록 해주며, 자원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해주기에 별다른 조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물론 시장은 사람들을 똑같이 평등한 상태로 만들 수 없다는 도덕적 우려에 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 바지를 수선해준 재봉사는 나보다 훨씬 가난하다. 하지만 시장이라는 시스템 덕분에 그녀를 포함한 중국인들은 5년마다 두 배씩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며 빠른 속도로 다른 나라를 따라잡고 있다. 시장이라는 시스템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빈곤 퇴치 기구이며, 가장 좋은 부의 창조 기기이기도 하다. 그것이 당신이 거의 모든 곳에서 시장을 찾을 수 있는 이유이다.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시아, 2009년 8월, 25쪽.

모든 생산자, 판매자들은 어떻게든 물건을 비싸게 팔기를 원한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어떻게든 싸게 사길 원한다. 이러한 대립으로 인해 서로 어느 정도 합의된 가격을 도출할 수 있고, 시장은 이러한 가격에 의해 조정된다는 것이 이몬 버틀러의 생각이다. 이러한 조정의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 완전경쟁이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현실에서는 여러 요인에 의해 실현하기 힘들다.

다르거나 혹은 정반대의 견해를 가진 사람들조차 협력하도록 만들 수 있는 능력은 놀랍고도 매력적인 시장의 모습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공동의 목적을 갖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동의 프로그램에 서로 동의할 때만 협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적 실질적 동의서를 만들지 않고도 단지 상품 교환을 통해 서로 협조하고 도움을 받는다. 견해 차이 때문에 싸울 필요도 없고, 사실 그것을 알아야 할 필요조차도 없다. 물론 그들이 각기 자신의 세계에서 화해하지 않은 채 반대편에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들은 오직 상품의 교환 가격만 정확히 알고 동의하면 된다.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시아, 2009년 8월, 40쪽.

이 말은 전적으로 동감한다. 시장 시스템에서 어떤 정치이론이나 이데올로기는 크게 의미가 없다. 시장은 어디까지나 가격에 의해 결정되고 가격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이론이나 이데올로기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많고 궁극적으로는 경쟁에 의한 가격이 시장을 움직인다.

… 이제 자본주의의 개념에 이른 것을 환영한다. 모두 소비하지 않고 일부를 저축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특수 장비나 노동 절약 기계에 투자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개념이다. 전문용어를 쓰자면, 자본 설비 촉진을 위해 투자하는 수입의 일부를 '자본금'이라고 한다. 회사가 자본금을 많이 쌓으면 생산성이 향상되고 교환이 활발해져 직원들이 많이 이익을 얻는다. …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전문화로 생산이 증가하되고 재산이 더욱 불어난다. 그러면 기계 설비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다시 생산성이 향상되고 재산이 증가되며, 다시 노동 절약형 설비를 구입하고 등등.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시아, 2009년 8월, 48쪽.

여기에서 이몬 버틀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생산성 향상에 의해 늘어나는 재산이 누구에게 가는가 하는 것이다. 자본은 결국 그 자본을 소유한 자본가들에게 집중된다. 이건 지금까지의 경제 상황를 봐도 명백히 드러나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늘어나는 재산, 자본이 생산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시장경제, 자본주의를 비판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또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게 노동 절약형 설비를 늘이면 늘일 수록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이다. 자본가, 기업가의 입장에서는 이건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생계가 달린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노동 절약형 설비를 늘이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시장이란 발견의 여정에 더 가깝다. 가격, 장소, 시간에 맞는 적절한 상품을 당신이 갖고 있다면 사람들은 구매를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상품을 시장에 내놓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수요가 있는지 또는 '적당한' 가격이 얼마인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

시장으로 가는 길은 좋은 정보를 얻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 정보란 개인적이로 지엽적이다.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을 취하려면 우선 정보를 발견해내야 한다.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시아, 2009년 8월, 64쪽.

어디에서나 그렇지만, 시장에서도 정보란 아주 중요하다. 이러한 정보들은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이며 이런 정보를 갖는 사람이 가격을 결정하고 이익을 챙겨 돈을 벌기 마련이다. 현대 시장경제에서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이런 정보가 특정인 혹은 특정집단에게만 집중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시킨다. 이몬 버틀러는 이러한 것들을 간과하고 있다. 의도적인지 아니면 그런 현상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내용을 언급은 하지만, 이렇게 정보 불균형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하다.

가격 시스템을 방해하는 것은 많다. 정부는 가격 통제(최저임금법이나 택시 요금 규정 같은)를 하거나, 무역할 수 있는 양을 제한(수입쿼터제 같은)하거나, 전체 교역을 금지(마약 같은)함으로써 가격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각 개인들 역시 올바른 가격 형성을 저해할 수 있다. 독점(오직 하나의 판매자만 있는), 구매자 독점(수요자가 하나), 담합(공급자들이 가격을 올리기로 합의하는 것), 폭력(마피아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경우)이 여기에 해당된다.

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시아, 2009년 8월, 81쪽.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시장은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가격에 의해 경쟁하는 시스템이 가장 이상적인 시장경제의 모습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완전경쟁은 이루기 힘들어 보이고, 이렇게 완전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들에 대해 이몬 버틀러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나 독점, 담합, 폭력 등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과도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시장의 흐름을 해치고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른 가격시스템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정부의 개입 외에는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어떠한 제재나 제한이 없이 시장의 규칙만으로도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을 하고 있다면 정부의 개입은 불필요하다. 이런 경우 정부 권력이 시장에 개입한다면 이것은 분명 문제가 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수의 시장 구성원들은 시장의 규칙을 따르더라도 소수의 시장 구성원들이 시장규칙을 어기고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다면 이것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몬 버틀러는 이러한 경우에도 시장에 의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지 않은 예를 수 없이 많이 보아왔다. 때문에 최소한의 정부의 시장 개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득의 재분배를 생각할 때도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맞다고 본다. 만약 소득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돈 있는 사람들만 돈을 벌게 되는 악순환은 절대 끊을 수 없을 것이다. 시장이라는 것이 돈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또한 이몬 버틀러의 논리로는 제3세계에서 행해지는 노동력과 자원의 착취가 정당해보인다. 이런 착취를 통해 다국적기업이나 강대국은 제3세계를 돕고 있는 것일까? 이런 착취가 없다면 제3세계의 국가들은 발전할 수 없는 걸까? 베트남의 나이키 신발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행복할 걸까? 이 부분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그다지 납득할 수 없는 논리다. 기업에서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임금이 싼 나라에 공장을 짓는 것은 서로에게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낮은 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대로 이몬 버틀러가 이야기한 내용이 현실의 시장 경제와 약간은 동떨어진, 너무 이상에 치우친 그리고 노동자보다는 기업에 치우친 생각들이라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근본적인 내용들은 맞는 말이다. 그는 책 말미에서 "시장 성공을 위한 레시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 자발적인 교환
  • 가격 시스템
  • 널리 이용 가능한 정보
  • 재산 및 그 재산을 소유하고 향유하며 남들의 이용을 배제하고 원하는 대로 사고팔 수 있는 재산권
  • 경쟁
  • 신용
  • 문화

이런 것들이 제대로 이뤄지고 공평하게 이뤄질 때 시장은 원활하게 돌아가게 된다. 부디 이런 것들이 제대로 이뤄져서 시장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시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몬 버틀러가 말하는 것처럼 불필요한 정부의 시장 개입을 없앨 수 있고 모두에게 이로운 시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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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의 귀환

어린왕자가 돌아왔다.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던 어린왕자가 세상에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놓기 위해 돌아왔다. 이번에는 소설이 아닌, 만화를 통해 되돌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 :-)

지금 이 세상은 어린왕자가 가꾸고 싶어하는 장미 한 송이조차 마음대로 가꿀 수 없는 세상, 신자유주의 자본론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이 책의 부제목은 "신자유주의의 우주에서 살아남는 법"이다. 책 제목만으로는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부제목을 보고 나서야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 속의 남수와 주영은 조그만 별을 가꾸는 비정규직으로 내몰린 어린왕자들이다. 이 두 주인공이 풀어나가는 신자유주의 자본론 이야기는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했던 이야기들이다. "자본론"이 경제학도들도 접근하기 쉽지 않을만큼 어려운 책이라면 "어린왕자의 귀환"은 김태권님의 만화와 우석훈님의 덧붙임 말로 신자유주의 경제의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관광 산업과 휴가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자유무역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FTA가 뜻하는 바가 무엇이며 이것의 문제가 무엇인지,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는 누구 손에 쥐어지는지, 공공재의 민영화가 왜 문제가 있는 것인지, 국가나 자본가가 노동자들을 다루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 남수와 주영의 눈을 통해 하나씩 풀어나간다. 글 중간 중간 나오는 어린왕자와 봉이 김선달 등의 패러디와 현재 혹은 과거의 상황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기에 누구든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방송이나 신문 등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문제가 있다는 말들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약간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문제들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런 것들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깊이 있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사실 이런 문제들을 깊게 생각해보려고 해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방송이나 신문 등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온통 전문 용어로 가득 채워져 우리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만약 왜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은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라 믿는다. 비록 약간은 사민주의에 치우친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기는 하지만, 문제의 본질들을 훌륭하게 짚어주고 있다. 만화와 이에 대한 해설이 적절히 어울어져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하지만 그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코 쉽지 않은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의 후속편도 나온다고 하니 기다려진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더 "자본론"이나 "자본주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나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를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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