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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16 칼의 노래, 장군의 고뇌 (6)
  2. 2009.06.27 천년의 금서 (2)

칼의 노래, 장군의 고뇌

이 책은 소설이다. 소설이기에 더 애절하다. 위인전을 통해 숱하게 장군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지만 소설로 인간 이순신을 접하는 것은 처음이다.

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참 좋아한다. 역사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역사 속에서는 읽을 수 없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뒷이야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칼의 노래> 또한 역사소설이다. <난중일기>, <이충무공전서>, <선조실록>, <연려실기술> 등의 기록을 기반으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고뇌를 책에 담았다.

이 책은 일인칭시점으로 되어 있다. 주인공 본인의 시점에서 그가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덕에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내가 이순신이 되었고 이순신이 내가 되었다. 책에 적혀있는 갖가지 감정들에 대한 묘사들이 내가 느끼는 것이 되었다. 이상하게도 이런 것들이 전혀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정말 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장면들처럼 이 모든 것들이 몸으로 느껴졌다.

책의 시작은 정유년 4월 이순신 장군이 의금부에서 풀려나 백의종군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후 이야기의 큰 줄거리는 많이들 알고 있는 내용이다. 명량해전의 대승에서부터 노량해전에서의 죽음까지. 인간 이순신, 그도 결국은 한 인간이었다. 구국의 영웅이자 세계의 명장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그도 결국은 한 인간이었다. 그를 둘러싼 상황들 속에서 인간 이순신이 느꼈을 고뇌는 생각보다 컸을 것이다. 어머님의 죽음, 아들의 죽음, 조정의 어이 없는 명령, 부하의 배신과 충성, 죽음. 이런 사건들 속에서 인간 이순신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대체 왜 그는 그리 고뇌하였던가. 한 나라의 장수이기에 한 임금의 신하이기에 수많은 장졸들의 우두머리이기에. 이들 사이에서 이순신 장군은 고뇌했다. 칼은 노래하지 않았다. 칼은 울었다.

아산 현충사에 보관되어 있는 대장장이 태구련이 만들어준 이순신 장군의 칼에는 다음과 같은 검명(劍名)이 새겨져 있다.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

일휘소탕 혈염산하 (一揮掃蕩 血染山河)

이 대목은 소설에도 나와있는데 책에서는 물들일 염(染)자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이 검명에서 색칠할 도(塗) 대신 염(染)을 써서 이순신 장군이 바라는 바, 즉 "남쪽 바다를 적의 피로 물들이고 싶다"는 생각을 부각시켰다.

소설 속의 이순신은 바다에서 죽기를 원했다. 모든 적을 죽이고 자신 또한 죽기를 원했다. 임금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보다 바다에서 전사하는 것을 원했다. 아마 전쟁이 끝나고 나면 임금이 그의 목숨을 가져갈 것을 예측했던 것이리라. 아마도 이 생각은 당시의 이순신 장군이 정말 원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당시의 정치상황 속에서 전쟁 후에 이순신이 편안한 삶을 이어가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이런 생각을 한다.

세상의 끝이…… 이처럼…… 가볍고…… 또…… 고요할 수 있다는 것이……, 칼로 베어지지 않는 적들을…… 이 세상에 남겨놓고…… 내가 먼저……, 관음포의 노을이…… 적들 쪽으로……

<칼의 노래>, 김훈 지음, 생각의나무, 2001년 5월, 388쪽.

그는 편안히 눈을 감았을까? 아, 그러고보니 오는 28일이 충무공탄신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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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금서

김진명님은 시원한 소설을 쓰시는 분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그랬고, "한반도"가 그랬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재미있는 책을 잡으면 끝장을 넘길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나 또한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끝장을 넘길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끝까지 읽고야 말았다. 그만큼 소설은 흥미진진하며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이런 책을 읽는다는 것은 행복하다. 독서의 가치를 "즐거움"에 두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책을 읽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손에 한번 들면 끝을 봐야 하는 책. 그래서 나는 김진명님의 책을 좋아한다.

김진명님은 사실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번 "천년의 금서"에서도 대한민국(大韓民國)이라는 국호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에 대한 김진명님의 말씀을 옮겨보자면

대한민국의 한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삼한이라고 대답하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이 삼한이 어디서 왔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국호인 한이 어디서 왔을까 하는 의문에 사로잡혀 한이라는 글자를 담고 있는 이 세상의 갖가지 오래된 기록들을 찾아헤매 왔다. 지구상의 온갖 서책을 다 뒤진다는 각오로 고군분투하던 내게 윤내현 교수의 중국 문헌에 대한 조언은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추적의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기원전 7세기 무렵 편찬된 사서삼경 중의 한 권에서 나는 우리의 조상 한후(韓侯)라는 왕을 찾아낼 수 있었고, 후한의 대학자 왕부가 이 한후를 분명 우리의 조상이라고 확인한 저작과도 만날 수 있었다. 뻥 뚫린 상태로 있던 우리의 고대사에 고조선보다 훨씬 이전에 존재한 나라의 확고부동한 실체가 등장한 것이다.

"천년의 금서" 작가의 말 중에서

그렇다. 지금까지 우리는 대한민국의 한이 삼한(三韓)의 한(韓)에서 따왔다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왜 국호를 만들면서 기껏 한반도 남쪽에 치우쳐있던 삼한을 계승한다고 했을까에 대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 소설에서는 이런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준다.

부끄럽지만, 사실 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강산이 네번 바뀔 정도의 나이를 먹으면서도 아직까지 이런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창피하다. 아마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 역사 교육의 문제점일 것이다. 아니, 역사 교육만의 문제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어쨌든 우리나라 역사 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임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김진명님은 이런 문제점을 책에서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식민사관에 근거한 우리나라 역사 교육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아 있다. 책의 분량이 너무 짧았다. 이기적인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 책이 최소한 세 권 정도는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좀더 상세한 이야기들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가득 찼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인지 읽다보니 금방 책의 끝장을 넘기게 되었다. 실로 너무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오마이뉴스에 올라온 김진명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서였다. 인터뷰 기사에서 김진명님은 확신에 가득 차 있었고,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을 알려주어, 소설의 내용이 무척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이 책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읽으면서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며, 우리 민족의 시초에 대해, 역사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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